공간이 넓어지자 운도 들어왔다

들고 다니기에 작고 귀여운 가방을 고른 게 아마 실수였던 것 같다.

나는 직장 생활 내내 도시락을 손수 만들어 다녔는데,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담는 날에는 가방에 다 채 넣지 못하고 넘치기 일쑤였다.

작은 파우치 안에 핸드크림, 립밤, 립글로즈. 그리고 도시락 2통.
걸을 때마다 가방은 불룩했고, 모양은 엉성했다.

그래서 어느 날, 큰 마음을 먹고 고가의 가방으로 바꿨다.
딥 귀멜 색 큐브 모양, 다소 크고 묵직한 것으로.
넉넉한 공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됐다.
가방 안이 비어 있을 때, 누군가가 내게 선물을 건넸다.
필요한 물건이 돈을 주지 않고도 생겼다.
좋은 것들이, 어쩌면 우연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일들이, 조용히 내 쪽으로 모여들었다.

그 때 비로소 깨달았다.

집을 넓히거나 여행을 갈 수 없다면, 가방과 같이 사소한 것을 바꾸는 것 만으로도 내 운을 담을 공간이 충분히 커지는구나.
넘치던 것들을 내려놓자, 새로운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담을 수 없는 작은 가방을 들고,
애써 주머니를 부풀리던 그때와,
이 큐브 가방을 들고 무심히 거리를 걷는 지금 사이에는
대체 무엇이 달라졌던 걸까.

아마도, 받아들일 준비.
그 조용한 차이 하나였을 것이다.

“작은 그릇에는 큰 운이 담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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