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vs. 깨끗한 얼굴

얼마 전 조카의 결혼식이 있었다.
오랜만에, 시댁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3년 만이었다.

무엇을 입고 가야 할지 고민했다.
“나는 지금도 잘 지내고 있어요.”
그 말을 굳이 입으로 하지 않아도,
얼굴빛과 차림새로 보여주고 싶었다.

나이가 들면 사람은 얼굴과 몸짓에서 살아온 시간이 자연스럽게 비친다.

고민 끝에,
보라색 니트, 흰 트위드 롱 스커트, 검정 캐시미어 코트를 골랐다.
화려하지 않지만, 깨끗하고 단정하게.

다행히도,
지인들로부터 “여전히 예쁘다”는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식장에서 큰 시누이를 만났다.
염색을 자주해서 머릿결은 푸석했고,
피부에는 검버섯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소박하던 그 모습은 없었다.

명품들은 반짝였지만,
정작 그를 빛나게 하지는 못했다.


운은 옷에서 오지 않는다는 걸,
그때 확실히 알았다.

깨끗한 피부, 밝은 얼굴빛,
가볍게 웃는 눈매.
그건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 안에서 여전히 불(火)의 기운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아무리 비싼 옷을 걸쳐도
기운이 흐리지 않으면
사람을 끌어당길 수 없다.

반면,
단정한 차림과 맑은 얼굴빛 하나면,
그 자체로 주변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날, 나는 다시 깨달았다.

빛나야 할 것은
옷도, 장식도, 명품도 아니었다.

빛나야 할 것은,
나 자신이었다.